전기차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 중 하나가 있습니다. “전기차, 기름값 안 드니 유지비가 확실히 저렴한가요?”라는 물음이죠. 전기차는 ‘충전비가 싸다’, ‘정비가 덜 든다’는 이야기가 많지만, 실제로 차량을 소유하고 운행해 보면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습니다. 충전비뿐만 아니라 보험료, 정비 비용, 배터리 보증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유지비를 실제 생활 속 사례와 비교하면서 풀어보겠습니다. 단순히 숫자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차이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충전비와 기름값, 진짜로 얼마나 차이 날까?
많은 사람들이 전기차의 유지비 절감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충전비입니다. 실제로 ‘유류비 vs 전기 충전비’를 계산해보면 큰 차이가 납니다.
예를 들어, 휘발유 차량이 리터당 12km를 달린다고 가정하고, 기름값이 1,700원이라면 1km당 약 142원이 듭니다. 반면 전기차가 1 kWh로 5km를 달리고, kWh당 충전 단가가 300원이라면 1km당 약 60원 수준입니다. 단순 계산으로는 전기차가 주행거리당 절반 이하의 비용만 드는 셈이죠.
실제 사례도 있습니다. 서울에서 출퇴근 거리가 왕복 40km인 직장인이 있다고 합시다. 내연기관차를 타면 한 달에 약 12만 원 이상 유류비가 드는 반면, 전기차를 타면 5만 원 이하로 줄어듭니다. 연간으로 따지면 백만 원 가까이 절감되는 효과가 생기는 것이죠.
다만 여기에도 변수가 있습니다. 공용 급속충전기를 자주 이용하는 경우 요금 단가가 더 높아지며, 특히 최근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충전 요금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습니다. 반대로 아파트나 주택에 개인 완속 충전기를 설치해 야간 할인 요금을 적용받으면 유지비 절감 폭이 훨씬 커집니다. 결국 충전 환경에 따라 ‘체감 차이’는 달라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비와 부품 교체,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의 차이
내연기관차는 엔진오일, 미션오일, 점화플러그, 머플러 등 정기적으로 교체하거나 관리해야 하는 부품이 많습니다. 반면 전기차는 구조적으로 단순하기 때문에 이런 항목이 거의 없습니다. 실제로 전기차 정기점검표를 보면, 엔진 관련 항목이 통째로 사라져 점검 항목이 절반 가까이 줄어듭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택시 기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전기 택시를 운행하는 기사들은 “기름값이 절약되는 건 당연하고, 오일 교환이나 엔진 관련 고장이 없으니 정비소 갈 일이 줄었다”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정비 비용이 약 30% 이상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전기차도 관리가 필요합니다. 브레이크 패드, 타이어 마모, 서스펜션 같은 기본적인 소모품은 똑같이 들어갑니다. 오히려 전기차는 차량 무게가 무거워 타이어 마모가 빨리 오는 경우가 있어, 타이어 교체 주기가 짧아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가장 큰 불안 요소는 ‘배터리 교체 비용’입니다. 전기차 배터리는 수천만 원에 달하기 때문에, 만약 보증기간 이후 문제가 생기면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8년·16만km 이상 배터리 보증을 제공하는 제조사가 많아 초기 오너라면 큰 걱정을 덜 수 있습니다.
보험료와 감가상각, 놓치기 쉬운 비용들
전기차 유지비를 계산할 때 놓치기 쉬운 부분이 보험료와 감가상각입니다. 전기차는 아직까지 사고 수리비가 높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품 공급이 제한적이고, 배터리 관련 부품은 교체 비용이 크기 때문에 초기 보험료가 내연기관차보다 다소 높게 나옵니다.
예를 들어, 동급의 준중형 세단 기준으로 보험료를 비교했을 때,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연간 10~20만 원 정도 비싼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전기차 보급이 늘고 정비 인프라가 확충되면 점차 보험료는 낮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요소는 감가상각입니다. 내연기관차도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지지만, 전기차는 배터리 성능 저하가 중고차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실제로 5년 된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중고가를 비교했을 때, 전기차가 더 빠르게 가치가 떨어진 사례가 많습니다. 특히 배터리 성능 보증이 끝나기 전후로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지기도 합니다.
반면 정부의 보조금, 공영주차장 할인,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같은 혜택을 합산하면 전기차 유지비는 다시 유리해집니다. 예컨대 고속도로를 자주 이용하는 운전자는 통행료 감면만으로도 연간 수십만 원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전기차 유지비는 단순히 ‘전기차 = 싸다, 내연기관차 = 비싸다’로 나눌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충전 환경, 운행 습관, 주행 거리, 거주 형태에 따라 체감 비용이 크게 달라집니다. 다만 큰 틀에서 보면, 기름값과 엔진 정비 비용이 줄어드는 만큼 전기차의 유지비가 유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활 패턴에 맞는 계산입니다. 하루 평균 주행 거리가 짧고, 집이나 직장에서 저렴한 충전 환경을 활용할 수 있다면 전기차는 확실히 경제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장거리 주행이 잦고, 공용 급속 충전소에 의존해야 한다면 기대만큼 저렴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전기차 유지비는 단순히 수치가 아니라, 생활 방식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내 차를 어떻게, 어디서, 얼마나 이용하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집니다. 중요한 건 전기차가 단순히 비용 절감을 넘어, 우리의 생활을 더 친환경적이고 새로운 방식으로 바꿔나가고 있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