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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중고차, 믿고 사도 될까?

by tgvision 2025. 9. 7.

 

국내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늘면서 중고차 시장에도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전기차 중고 매물은 희소했지만, 이제는 인기 모델은 물론 다양한 차종이 중고차 플랫폼에 올라옵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고민이 큽니다. “전기차는 배터리가 생명인데, 중고차는 괜찮을까?”, “보증기간 끝나면 수리비 폭탄 맞는 거 아냐?” 같은 의문이 꼬리를 물죠. 실제로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 중고차는 아직 거래 경험이 쌓이지 않아 신뢰에 대한 불안이 남아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전기차 중고차 시장의 현실과 소비자가 확인해야 할 핵심 포인트, 그리고 현명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들을 사례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전기차 중고차, 믿고 사도 될까?
전기차 중고차, 믿고 사도 될까?

 

배터리, 전기차 중고가의 운명을 가른다

 

전기차 중고차의 가치는 무엇보다 배터리 상태에 달려 있습니다. 내연기관차에서는 주행거리, 사고 이력, 정비 이력 등이 중요했다면, 전기차에서는 배터리 성능이 절대적인 기준이 됩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능이 떨어집니다. 이를 ‘SOH(State of Health, 배터리 잔존 용량)’라고 부르는데, 신차 기준 100%에서 몇 년 후에는 90%, 80%로 떨어집니다. 일반적으로 제조사들은 8년 혹은 16만 km까지 배터리를 보증합니다. 그래서 중고차 시장에서는 ‘보증이 얼마나 남았는가’가 차량 가격을 좌우합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같은 모델의 전기차라도 배터리 상태에 따라 중고가가 500만 원 이상 차이 나는 경우가 흔합니다. 서울에서 3년 된 전기차를 판매한 한 오너는 배터리 성능이 95%로 유지된 덕분에 높은 가격을 받았지만, 비슷한 연식의 다른 차량은 85% 수준으로 떨어져 매각가가 크게 낮아졌습니다.

소비자가 전기차 중고차를 볼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제조사 서비스센터의 배터리 진단 기록입니다. 단순히 주행거리만 보고 판단했다가는 큰 오산일 수 있습니다.

 

감가상각과 혜택, 내연기관차와는 다른 흐름

 

전기차 중고차는 내연기관차와 감가상각 흐름이 다릅니다. 내연기관차는 시간이 지나면서 비교적 완만하게 가치가 떨어지지만, 전기차는 배터리와 보조금이라는 두 가지 변수가 크게 작용합니다.

첫째, 보조금입니다. 신차 전기차는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을 받지만, 중고차에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신차가 5,000만 원인데 보조금 1,000만 원을 받았다면, 실제 구매가는 4,000만 원입니다. 이 차량이 중고차 시장에 나오면 소비자는 ‘신차 실구매가 대비 얼마냐’를 기준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전기차는 초기에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둘째, 기술 발전 속도입니다. 전기차는 매년 주행거리, 충전 속도, 편의 기능이 빠르게 개선됩니다. 그래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차 매력이 커서 중고차 가치가 더 빠르게 떨어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실제로 2018~2019년식 전기차는 신차 대비 주행거리가 짧아 중고 거래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반대 사례도 있습니다. 인기 있는 모델, 특히 테슬라나 아이오닉 5, EV6 같은 수요가 많은 차종은 중고가가 생각보다 높게 유지되기도 합니다. 또 최근에는 ‘전기차 전용 중고차 플랫폼’이 등장해 배터리 보증, 성능 점검을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중고 전기차를 고를 때 확인해야 할 것들

 

그렇다면 소비자가 전기차 중고차를 구매할 때 무엇을 꼭 확인해야 할까요?

첫째, 배터리 성능 확인입니다. 앞서 말했듯 SOH 지표는 전기차 중고차의 핵심입니다. 제조사 서비스센터나 공식 진단서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둘째, 충전 패턴 기록입니다. 급속충전을 자주 사용한 차량은 배터리 열화가 빠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완속 위주로 관리된 차량은 배터리 상태가 더 양호할 가능성이 큽니다. 일부 판매자는 충전 기록을 제공하기도 하니, 가능하다면 꼭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보증기간과 이력입니다. 배터리 보증이 얼마나 남았는지, 주요 부품 교체 이력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보험사 기록을 통해 사고 이력을 확인하는 것도 필수입니다. 전기차는 큰 충돌 사고 시 배터리 손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추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넷째, 추가 비용 고려입니다. 중고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보험료가 높을 수 있고, 배터리 교체 비용이 수천만 원에 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고차 가격만 보지 말고, 보증 기간과 함께 총 소유 비용을 계산해야 합니다.

 

전기차 중고차는 아직 시장이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큽니다. 그러나 동시에 신차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전기차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핵심은 배터리 성능과 보증 이력을 꼼꼼히 확인하고, 믿을 수 있는 채널을 통해 거래하는 것입니다.

내연기관차 중고차를 고를 때 엔진 소리나 주행거리만 보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전기차 시대의 중고차는 배터리 중심의 안목이 필요합니다. 배터리 상태, 충전 습관, 보증 기간, 그리고 향후 감가상각까지 고려해야 진정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에게 전기차 중고차는 도전이자 기회입니다. 불안 요소를 줄이고, 정보에 기반한 선택을 한다면 충분히 ‘믿고 살 만한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올바른 기준과 정보를 갖고 시장에 접근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