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를 고민하는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질문은 “사는 게 나을까, 빌리는 게 나을까?”입니다.
내연기관차 시절에도 리스·렌트는 있었지만, 전기차에서는 그 고민이 더 커집니다.
왜냐하면 전기차는 보조금, 배터리 보증, 충전 인프라 같은 변수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보조금까지 챙겨서 구매가 유리하다”라고 하고, 또 다른 사람은 “배터리 감가상각이 불안하니 리스·렌트가 편하다”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소비자들의 상황에 따라 유불리가 크게 달라지는 영역이 바로 전기차 소유 방식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전기차 리스·렌트와 구매 방식을 실제 사례와 비교해 보고, 소비자 입장에서 어떤 선택이 더 합리적인지 풀어보겠습니다.
구매, 여전히 보조금의 힘이 크다
전기차를 구매할 때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보조금입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차량 가격에 따라 수백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합니다. 예를 들어, 차량 가격이 5,700만 원 이하라면 국비 보조금 680만 원과 지자체 보조금 수십만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금액은 리스·렌트로는 직접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실제 사례를 들어보면, 서울에서 4,800만 원짜리 전기차를 구매한 한 소비자는 보조금 약 1,000만 원을 받아 최종 실구매가를 3,800만 원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습니다. 반면 같은 차량을 리스로 이용하면 보조금 혜택은 금융사나 운용사 몫으로 돌아가고, 소비자는 월 납입액만 감당해야 했습니다.
또 하나의 장점은 자산 가치 보존입니다. 구매한 차량은 본인 명의 자산이 되며, 중고차로 매각할 수 있습니다. 특히 테슬라, 아이오닉5, EV6 같은 인기 모델은 중고차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유지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장기간 소유할 생각이라면 구매가 유리합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초기 비용이 크고, 감가상각 위험을 소비자가 온전히 떠안아야 합니다. 특히 전기차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 3~4년 뒤에는 같은 가격으로 더 좋은 신차가 나오기 때문에, 중고차 가치는 빠르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리스·렌트, 감가상각과 배터리 불안을 줄이는 방법
전기차 리스·렌트의 가장 큰 장점은 리스크 관리입니다. 배터리 성능 저하, 중고차 가격 하락, 신기술 출시로 인한 가치 하락 같은 불안을 개인이 직접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차량을 반납하거나 교체하면 되기 때문에, 빠르게 변하는 전기차 시장에서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직장인은 EV6를 3년 렌트로 이용했습니다. 매달 고정 렌탈료를 납부하면서 보험·세금·정비 서비스까지 포함돼 있어 관리가 편했고, 3년 후에는 새로운 전기차로 갈아타기로 했습니다. 그는 “배터리 수명이나 중고차 가격 걱정 없이 전기차를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장점은 초기 비용이 적다는 점입니다. 구매는 차량 가격에서 보조금을 제외한 나머지를 일시불이나 할부로 부담해야 하지만, 리스·렌트는 월 납입금만 내면 됩니다. 따라서 목돈이 부족하거나, 회사에서 차량 비용을 비용 처리해야 하는 경우 리스·렌트가 유리합니다.
다만 단점도 분명합니다. 보조금 혜택이 소비자에게 직접 돌아오지 않으며, 장기적으로는 총 지출이 구매보다 많아질 수 있습니다. 예컨대 5년 동안 동일한 차량을 소유한다면, 리스·렌트로 납부하는 총액이 구매 비용보다 높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비자 상황에 따른 선택 가이드
그렇다면 소비자는 어떤 기준으로 구매·리스·렌트를 선택해야 할까요?
첫째, 장기간 소유할 계획이라면 구매가 유리합니다. 5년 이상 탈 생각이고, 중고차 매각을 고려한다면 보조금 혜택과 자산 가치를 누릴 수 있습니다. 다만 감가상각은 감수해야 합니다.
둘째, 단기 체험이나 기술 불안을 느낀다면 리스·렌트가 유리합니다. 배터리 성능 저하나 충전 인프라 확충 여부를 지켜보고 싶은 소비자라면, 2~3년 단위의 리스·렌트로 경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실제로 첫 전기차를 렌트로 경험하고, 두 번째 차량은 구매로 넘어가는 사례가 많습니다.
셋째, 법인·사업자라면 리스·렌트가 절세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월 납입금을 비용 처리할 수 있어 세금 혜택을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개인 소비자는 구매를 통해 장기적인 경제성을 확보하는 편이 더 나을 수 있습니다.
넷째, 생활 패턴도 고려해야 합니다. 출퇴근 위주로 꾸준히 주행하고, 집이나 직장에서 충전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면 구매가 안정적입니다. 반면 차량을 자주 교체하거나, 충전 환경이 불안정하다면 리스·렌트로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낫습니다.
전기차 시대에는 ‘사는 게 무조건 이득’이라는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기술 발전 속도, 보조금 정책, 중고차 시장의 변화 등 변수가 많아, 소비자 상황에 따라 정답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구매는 보조금 혜택과 자산 가치를 가져갈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감가상각과 기술 변화 리스크를 떠안아야 합니다. 반면 리스·렌트는 초기 비용 부담이 적고, 배터리와 중고차 가치 불안을 줄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비용이 더 들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나의 소비 성향과 생활 패턴입니다. 안정성과 장기 보유를 원한다면 구매가, 유연성과 단기 체험을 원한다면 리스·렌트가 정답일 수 있습니다. 전기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일부이기 때문에 ‘나에게 맞는 방식’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