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지 이제 6개월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체감상으로는 훨씬 긴 시간이 흐른 것처럼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전기차 정책은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오는 9월이 지나면 전기차 구매 시 제공되던 세금 혜택이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데, 이는 미국 전기차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입니다. 세금 혜택이 사라지면 전기차 가격이 바로 올라가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느끼는 부담은 커지고, 자동차 회사들도 이에 맞춰 전략을 바꿀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미국 전기차 시장에는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세금 혜택 사라지기 전 몰린 수요
전기차를 살 때 받는 세금 혜택은 소비자 입장에서 상당히 큰 장점입니다. 혜택이 있을 때는 전기차를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가격에 살 수 있고, 기름값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 매력이 커집니다. 그런데 9월이 지나면 이 혜택이 사라집니다. 사람들은 손해 보는 것을 싫어합니다. 같은 차인데 조금만 빨리 샀으면 혜택을 받을 수 있었는데, 늦게 산 사람은 제값을 내야 한다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이 때문에 세금 혜택이 종료되기 직전인 7월과 8월에 전기차 판매가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정부가 매년 전기차 보조금을 책정하면, 보조금이 남아 있을 때는 판매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만, 보조금이 소진되면 갑자기 판매가 끊기곤 합니다. 가격과 수요의 일반적인 법칙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이런 현상은 사람들이 "남들보다 손해 보고 싶지 않다"는 심리를 강하게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소비자들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단기간 전기차 판매량이 늘어났지만, 이는 지속적인 성장이라기보다 마지막 혜택을 잡으려는 일시적 수요 폭발에 불과합니다. 결국 10월 이후에는 판매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자동차 회사들의 불안한 대응
세금 혜택이 끝나면 자동차 회사들은 전기차를 팔기가 훨씬 어려워집니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 소비자들은 다시 내연기관차로 돌아가거나 구매를 미루기 때문입니다. 이미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회사인 GM과 포드는 전기차 생산량을 줄이거나 신규 전기차 개발 계획을 늦추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전기차 판매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딜러와 함께 큰 폭의 할인을 하는 상황입니다. 이것은 일종의 ‘재고 털어내기 전략’으로, 당장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자동차 공장은 한 번 가동을 시작하면 멈추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수많은 인력과 부품 공급망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생산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큰 비용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완성차 업체들은 소비자들에게 할인 혜택을 주고라도 재고를 빨리 소진하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팔아서는 회사가 남는 것이 많지 않습니다. 이익을 남기지 못하면 새로운 기술 개발이나 충전 인프라 확충에도 투자하기 어렵게 됩니다. 즉,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단순히 차가 팔리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판매가 회사의 미래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느냐가 핵심입니다. 세금 혜택이 사라진 지금,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앞으로의 전략을 다시 짜야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다가올 전기차 시장의 겨울
10월 이후 미국 전기차 시장은 상당히 얼어붙을 가능성이 큽니다. 세금 혜택이 사라지면 소비자들이 신차 구매를 망설이게 되고, 이미 구매한 소비자들은 만족감보다 ‘조금 더 기다릴 걸 그랬다’는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는 전기차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자동차 회사들이 당분간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있지만, 이런 방식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특히 배터리 원자재 가격이나 인건비 부담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지나친 할인은 회사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조차 이 정도 상황이라면, 관세와 수출 문제로 더 불리한 위치에 있는 다른 나라 자동차 회사들은 훨씬 더 힘든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결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단순히 기술력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고, 정책, 소비자 심리, 경제 상황이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당장은 전기차 시장이 겨울을 맞이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충전 인프라 확충, 배터리 가격 인하, 소비자 신뢰 회복이 이루어져야 다시 봄이 올 수 있을 것입니다.
필자의 생각
세금 혜택이 사라진 이후 미국 전기차 시장은 분명히 큰 도전을 맞이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위기라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진정한 경쟁력은 혜택이 없어도 사람들이 사고 싶어 하는 차를 만들 때 비로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어려움은 자동차 회사들이 기술 혁신과 비용 절감을 통해 스스로의 힘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겠지만, 이 과정을 거치며 전기차 산업이 한 단계 더 성장할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전기차의 미래는 정부의 혜택이 아니라 기업의 진짜 경쟁력과 소비자의 신뢰에 달려 있습니다.